우연과 상상, 하마구치 류스케

진만이형이랑 하마구치 류스케의 우연과 상상을 보러 아트하우스모모에 갔다. 이화여대 안에 있는 극장인데 이대를 가보고 나서 내가 이대에 안와봤단걸 깨닳았다. 고등학생때 무슨 연주회 보러 한번 왔던 것 같은데 이런 모습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막상 와보니 완전히 새롭다. 암튼 류스케의 우연과 상상은 너무 좋았다. 올해 본 영화 중 최고. 지난번에 본 드라이브 마이카는 내가 그를 좋아했던 걸 후회하게 할만큼 엉망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모든게 완벽하더라. 그의 영화는 한마디로 하자면 말의 영화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말 속에 진실이 담겨있고 존재는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다. 그가 그의 작업방식의 속살을 내비쳤던 것 그대로 끊임없는 대본읽기를 통해 배우가 말 속으로 스며든다. 해피아워 아사코에 이어 이번 우연과 상상은 언어가 어떻게 존재를 대체하는지 그리고 언어가 구축한 세상이 어떻게 서로를 치유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말하고 보니 꼭 비트겐슈타인이 논리철학논고를 쓰고 나서 스스로를 비판하며 논리적 탐구를 쓸 때 생각이나네. 아 물론 드러맞는 비윤 아님. 암튼 진심은 마음속에 있는게 아니라 말 속에 있다. 그래서 첫번째 에피소드에선 그걸 상상만하고 카메라에 담고 끝내고 두번째 에피소드에선 폭로되고 마지막에서는 모든 것이 폭로된 세상에서도 서로를 구원해줄 수 있는게 아닐까. 영화보고 나와서 진만이형이랑 동시에 감동받고 벙쪄서 아무말 없이 각자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번엔 드라이브 마이카 같이 보고 몇시간이나 같이 욕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