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박찬욱

주말에 진만이 형과 만나 목동 CGV에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봤다. 어찌하다 보니 가게 된 곳인데 백화점 1층 공사 탓도 있겠지만 사람도 너무 많고 혼잡스러운 통에 길을 잃고 한참을 헤맸었다. 나중에 이야기하는데 이제는 우리가 나이가 많아져서 마치 할아버지들이 스마트폰 사용을 어려워하는 것처럼 우리 또한 사람 많고 복잡한 곳을 어려워하게 되는 거라는 자조 어린 대화를 나눴었다. 다음엔 다시 이곳을 오지 않게 될 것 같다. 암튼 영화는 그냥 그랬다. 이건 뭐 취향을 타는 거라 어쩔 수 없는거다.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 두 개. 하나는 주인공 해준이 박정민씨가 연기한 산오를 뒤쫗는 장면. 내가 생각하는 박찬욱 감독의 최고는 이 장면에서 나온다. 쇼트들을 연결하며 하늘 위에서 인물들을 보여주는 힘. 뽕을 좀 넣자면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영화 이탈리아 여행의 마지막 장면 크레인 쇼트를 두고 신의 시선이라고 지칭한 에릭 로메의 평론처럼. 그는 운명 위에 놓인 인간들을 관조하는 듯 카메라로 담아내는데 일가견이 있다. 또 다른 장면은 살인의 비밀을 재구성하며 서래가 바위산을 올라가는 장면을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과 함께 편집해서 보여주는 장면. 분명 기교의 과잉인데 그게 또 멋들어진다. 암튼 영화는 전체적으로 이렇게 이 장면을 보여줘야지 하는 장면들이 너무 많았다. 박찬욱의 카메라는 늘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어떤 이가 이걸 어떻게 봐줄까 신경쓰는 듯하다는 인상을 받게 한다. 그리고 온갖 상징과 은유를 몰아넣고 퍼즐맞추기 1000피쓰 짜리 선물세트처럼 영화를 포장한다. 그런데 또 관객들에게 그걸 친절하게 풀어서 설명해준다. 그러니 여기서 드는 생각은. 그럼 애당초 그렇게 하지 말고 스트레이트 하게 보여주면 되는거 아닌가? 근데 또 이런 생각은 로코코 장식을 보고 아르누보 장식을 보고 장식을 왜 넣나? 같은 쓸데 없는 비판이라 별 의미가 없다. 그냥 취향차이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