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 만들기

최근 파스타에 관심을 가지면서 거의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런 저런 파스타를 만들어먹었는데 온갖 재료를 다 시험해보면서 느낀거 정리.

0. (밀가루) 생파스타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건파스타랑 별반 차이가 없다. 굳이 꼽자면 계란맛의 차이랄까? 결정적으로 00밀가루는 반죽할때 너무 질척거려서 싫다. 난 식감이 좋은 세몰라가 더 좋더라. 안티모카푸토 추천.

1. (면) 사실 면은 삶는정도에 더 많이 좌우되고 생각보다 메이커에 따른 차이는 그에 비하면 미미하더라. 마르텔라 파스타 좋다고 추천받아서 먹어봤는데 차이는 잘 모르겠던데 (가격대비). 대체코, 룸모, 만치니 파스타면 다 좋다. 메이커 보다는 면 굵기를 자기 취향에 맞는게 더 중요할듯.

2. (토마토) 직접 구입해서 끓여서 껍질버리고 씨 버리고 갈아서 소스 힘들게 만들어봤자 수입 홀토마토 소스보다 맛이 없더라. 아무래도 우리나라 토마토의 한계인 것 같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센토 홀토마토가 가장 무난하고 맛있다. 비앙코 디나폴리 홀토마토도 좋은데 주문하면 수입배송 시간이 너무 길다. 생으로 꼭 하고 싶으면 무조건 방울토마토. 다만 스테비아 토마토 써보니 맛이 넘 이상해짐.

3. (올리브유) 아무리 좋은걸 써도 베이스 소스 볶을 때 들어가는 올리브유는 나중에 별로 티가 안나더라. 그러니 초기에 쓰는 올리브유는 적당한거 쓰고 마지막 파스타 다 완성하고 위에 살짝 뿌려주는 올리브유는 좋은걸 쓰면 좋을 듯. 쿠팡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이리아다, 올리타리아 둘 다 좋더라.

4. (바질) 생바질은 필수. 벼라별 비싼 수입건조 바질 보다 생바질이 1000배는 향미가 강하고 맛있다. 비교가 불가. 다만 보관기간이 짧아서 자주 주문해야하는데 결국 집에 바질을 기르는게 정답. 요리할 때 따먹으면 된다.

5. (마늘) 일반마늘말고 서산이나 의성에서 나오는 한지마늘이 최고. 가운데 심지가 두꺼울 수록 특유의 향취가 잘 우러난다. 갈아놓은 마늘은 너무 강해서 다른 향을 다 덮어버리니 그냥 생마늘 그때그때 편썰기 해서 넣는게 좋더라. 근데 많이 넣으면 너무 꾸리꾸리해지니 소량만 넣는게 좋더라.

6. (치즈) 보통 그라노 파다노 치즈에 비해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고급이라 이야기를 하던데 둘의 향이나 맛의 차이를 분간하긴 쉽진 않더라. 특히나 메이커별 차이는 도무지 모르겠더라. 나는 그냥 파르네제 24개월 숙성으로 타협. 하지만 파르미지아노 계열과 페코리노 로마노의 차이는 확연하다. 카치오 에 페페 같은거 할 때는 파르미지아노 쓰면 아예 다른 요리가 된다.

7. (후추) 후추그라인더로 후추 갈아서 넣는거 말고 통후추째로 후라이펜에서 구워가지고 빻아서 먹는게 젤 맛있더라. 차이가 확연하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관심가지고 보면 메이커별로 향미가 너무 많이 달라서 자기 취향찾는게 중요할듯.

8. (소금) 소금도 요리할 때 넣는건 맛차이를 잘 모르겠더라. 게랑드 소금 좋다고들 하던데 개인적으로는 소금 맛이 너무 약하고 요리할 때 넣으면 너무 많이 넣어야해서 비추. 나는 몰튼소금 박스에 든거 구해서 손으로 집어 넣는게 그라인더에서 갈아 넣는거 보다 편해서 좋더라. 태안자염이 좋다던데 넘 큰걸로만 팔아서 아직 시도 못해봤다.

9. (돼지고기) 무조건 관찰레. 판체타를 쓰는거랑 지향점이 좀 다른 것 같다. 지방의 양이 다르다. 근데 우리나라에서 수입되는 관찰레는 좋은게 없다. 판체타는 좋은게 꽤 많이 들어오는데. 관찰레 직접 숙성시켜볼까 싶긴한데 엄두가 안난다. 생베이컨 쓰는건 그냥 다른 요리 같음.

10. (버터) 버터 좋은거 쓰나 싸구려 쓰나 생각보다는 차이가 적은 것 같다. 빵에 발라먹을 때는 차이를 느낄지 모르겠는데 요리에 넣을 때는 그렇다. 프랑스에 유명한거 많긴 한데 나는 이태리 요리엔 이태리 버터 쓰는게 좋을 것 같아서 베피노 오첼리 사용. 버터가 이쁘다. 사보면 안다. 근데 사실 이것도 알프스 언저리에 있어서 프랑스랑 머가 다른가 싶긴하다.

11. (앤쵸비) 소금쓰는 것 보다 앤쵸비 쓰니깐 특유의 향미가 좋아서 이편이 더 맘에 들었다. 면 삶을 때만 소금 쓰고 이후에 간 하고 싶을 때는 앤쵸비를 아주 살짝 넣어준다. 델리시우스가 구하기도 편하고 맛도 좋다.

12. (월계수) 쿠팡에서 월계수 큰거 한통 사서 소스랑 버무릴때 2장정도 넣어주면 향미가 잘 베어남. 누가 면 끓일 때 넣으라고 하던데 그렇게 하면 넣었는지 안넣었는지 전혀 모르겠더라. 딜리셔스마켓이란 곳에서 온갖 향신료 싸게 팔던데 무난하고 좋더라.

13. (제스트) 가끔 레몬껍질 갈아서 넣어야할 때가 있는데 이게 소량만 필요한데다 레몬을 껍질 갈아내면서 레몬 제고 관리도 쉽지 않고 아무튼 번거롭다. 난 그냥 솔리몬 레몬즙으로 정착. 필요할 때 한두방울.

번외.

1. 보통 홀토마토캔이 800g 이라서 1회분량만 정량으로 빼서 넣기 어렵다. 업소같으면 큰 소스통에서 소스를 국자로 정량을 떠 낼텐데 그게 어려움. 개인이 집에서 요리할 때 가장 힘들게 하는 부분같다.

2. 20cm 사이즈의 스텐 후라이펜 사용하니깐 혼자 먹기 편하다. 집에서 3인분할 때는 28cm 짜리 쓰는데 늘 사이즈가 아슬한 느낌이다. 차라리 웍을 구입했으면 넘칠까봐 스트레스 덜 받고 요리할 것 같다.

3. 치즈 그라인더로 갈 때 아무리 조심해도 늘 바깥으로 치즈가루가 튄다. 이건 어케 하는 방법이 없나? 늘 지저분해짐.

4. 파스타면 전용 냄비는 절대 비추. 특히 안에 있는 망에 자꾸 면이 끼게 되고 청소하기도 귀찮다. 그냥 큰 냄비에 끓이는게 진리.

5. 파스타는 좀만 해보면 90점짜리 파스타 만들기는 쉽게 되는데 더 이상 맛있는걸로 만들긴 여간해선 쉽지 않은 것 같다. 이 이상은 정확한 계량과 타이밍 싸움 같은데 정말로 많은 수련이 필요한 듯 하다.